오늘 나는 31년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게됐다.
우리 집이 망한지는 꽤 됐다. 아버지는 사업의 실패로 돈도 잃고 암에 걸려 건강도 잃으셨다.
나에게 자랑이었던 아버지는 더이상 나의 슈퍼맨이 아니었다.
그로인해 살고있던 집에 문제가 생겼고 집은 공매에 나갔다.
오늘은 공매의 n번째 입찰일이다.
작년 8월달에 유찰상태로 멈춘 공매는 올해 11월 부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는데, 12월인 현재 그동안 수차례 유찰되어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작년 유찰금액보다 더 떨어진 상태로 입찰이 진행되었다.
나는 그동안 공매에 대해 자료 조사도 열심히 했고 이번주 휴가를 써 은행에 방문해가며 대출도 알아보았고
누나들을 설득해서 우리 가족이 이 집에서 계속 살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나는 누나들과 상의했고 오늘의 입찰금액은 우리에게 버거운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오늘 입찰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했다.
오늘 아침, 아버지는 입찰에 관해 나와 한차례 부딪히고는 오늘 꼭 입찰을 해야한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지방으로 떠나셨다. 지방에도 경매로 잃은 집이 있었는데 그곳의 마지막 정리를 하러 차를 끌고 나가셨다.
아버지는 저녁 늦게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나는 잠시 퇴근하시는 어머니를 데릴러 차를 끌고 나갔다 왔는데 그 사이에 오셔서 가져온 짐을 다 정리하고 식탁에서 혼자 소주를 드시고 계셨다.
아버지는 나를 불러 오늘 어떻게 되었느냐 물었고 나는 아무일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입찰하지 않은 거냐고 나에게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한숨을 쉬더니 오늘 입찰하지 못해 집을 뺐겼다며 한탄을 하셨다. 나는 대출을 생각해도 자금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그 몇 천 때문에 입찰을 못한것은 핑계일 뿐이고 집을 되찾을 수 없다며 나에게 나무랐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인생을 살았지만 자신의 마지막 부탁을 무시했다며 또 나무랐다.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듣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분 간 아버지는 욕설과 함께 심한 말들을 내뱉었고 우리 가족은 이제 끝이고 내일부터 각자 알아서 살아가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는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애써 웃음을 지으시며 나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나도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오늘 하루종일 계산기를 두들기며 입찰해야 하나 마나 고민을 엄청 하였다.
선택해야하는 이 순간이 너무 불안하여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식탁에 음식도 집히는대로 먹웠지만 진정되지 않았고 결국 무엇인가 의지하기 위해 네이버 운세까지 찾게 되었다.
운세를 봤지만 이게 의지해도 맞는건가 의심이 갔다. 결국 의지가 됐다기 보다는 의심만 더 생겼다.
하루종일 고민만하고 입찰을 하지 않은 나는 과연 오늘 실수를 한것일까?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일까?
오늘은 단순히 그동안의 나의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고 끝난 하루가 될 것일까?
오늘 입찰의 결과는 내일 오전 9시에 나온다. 마치 우리가족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기분이다.
그냥 글을 쓰며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우울한 사람들이 인터넷에 글을 쓴다는게 이런 느낌이려나 싶다.
내일 결과에 따라 우리가족의 운명이 정해지게 될것이다.